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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입맛 없을 때 우리 집 밥상이 달라지는 순서가 있습니다

📑 목차

     

    봄 상추쌈부터 오이무침과 오이지, 노각무침, 감자·호박·두부찌개, 복날 삼계탕과 흑염소, 민물매운탕과 추어탕까지. 더위에 입맛이 떨어질 때 계절 따라 달라지는 우리 집 여름 밥상을 직접 경험한 이야기로 정리했습니다.

    봄에는 상추 한 바구니에서 시작됩니다

    여름 밥상 이야기를 하려면 조금 앞선 봄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날이 따뜻해지고 텃밭에 푸성귀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우리 집 밥상에서 제일 먼저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상추입니다.

     

    처음에는 어린 상추 몇 장을 뜯어다가 된장이나 쌈장을 놓고 밥을 싸 먹습니다. 그런데 싱싱한 상추가 한 바구니 올라오면 이상하게 상추만 먹고 끝나지는 않습니다.

     

    “상추가 이렇게 좋은데 고기 좀 구워야 하지 않겠어 ?”

    그러면 자연스럽게 삼겹살이 등장합니다.

     

    생각해 보면 삼겹살 때문에 상추를 먹는 것인지  상추 때문에 삼겹살을 굽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갓 뜯은 상추에 따뜻한 밥 한 숟가락과 삼겹살 한 점, 마늘과 고추를 올려 크게 한 쌈 싸 먹으면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입으로 먼저 느끼게 됩니다.

     

    우리 집 여름 밥상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봄에는 상추 한 바구니에서 시작봄에는 상추 한 바구니에서 시작
    봄에는 상추 한 바구니에서 시작
    우리 집 밥상에서 제일 먼저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상추
    우리 집 밥상에서 제일 먼저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상추

    초여름이 되면 상추 자리를 오이가 이어받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도 달라집니다.

    상추 다음으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은 단연 오이입니다.

     

    처음에는 싱싱한 오이를 바로 썰어 오이무침을 합니다.

    고춧가루와 식초, 다진 마늘, 파 등을 넣어 새콤달콤하게 무쳐놓으면 다른 반찬이 많지 않아도 밥 한 공기를 먹게 됩니다.

     

    더운 날에는 뜨거운 반찬보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시원한 오이무침에 젓가락이 먼저 갑니다.

    그런데 본격적인 여름으로 들어가면 오이 먹는 방법도 다시 한번 달라집니다.

    초여름이 되면 상추 자리를 오이가 이어받습니다상추 다음으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은 단연 오이무침
    상추 다음으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은 단연 오이무침

    오이무침 다음에는 오이지가 기다립니다

    오이가 한창 많이 나오는 시기가 되면 오이지를 담금니다.

    오이지는 여름 반찬으로 참 든든합니다.

     

    잘 익은 오이지 하나 꺼내 얇게 썰고 물기를 꼭 짠 뒤 고춧가루와 파, 마늘, 참기름 등을 넣어 조물조물 무치면 됩니다.

    입맛 없는 아침에도 찬물이나 시원한 국물에 밥을 말아 오이지 한 점 올려 먹으면 이상하게 밥이 넘어갑니다.

     

    요즘처럼 냉장고 안에 먹을 것이 넘치는 시대에도 여름이면 오이지를 찾게 되는 것을 보면 예전부터 먹어온 음식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이무침 다음에는 오이지가 기다립니다
    오이무침 다음에는 오이지를 담금니다

    오이가 늙으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노각 반찬이 됩니다

    한여름이 깊어지면 이번에는 노각이 등장합니다.

    젊은 분들에게는 노각이라는 이름이 조금 생소할 수도 있지만 쉽게 말하면 늙은 오이입니다.

     

    껍질은 두껍고 속에는 씨가 많이 들어 있지만 껍질을 벗기고 씨를 긁어낸 다음 먹기 좋게 썰어 무쳐놓으면 여름철 별미가 됩니다.

    특히 노각 특유의 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어린 오이와 또 다릅니다.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이용해 새콤하게 무쳐놓으면 더위에 달아났던 입맛이 돌아옵니다.

    우리 집 밥상을 가만히 돌아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초여름 오이무침 → 한여름 오이지 → 늦여름 노각무침

     

    같은 오이 하나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반찬으로 밥상에 오르는 셈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제철 음식을 먹는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이가 늙으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노각 반찬
    오이가 늙으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노각 반찬
    오이가 늙으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노각 반찬 한여름 오이지 → 늦여름 노각무침
     한여름 오이지 → 늦여름 노각무침

    찌개에는 감자와 호박이 빠지지 않습니다

    차가운 반찬만 먹다 보면 어느 순간 뜨끈한 국물도 생각납니다.

    우리 집 여름 찌개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은 감자와 호박, 두부입니다.

     

    텃밭이나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여름 재료들이기도 합니다.

    감자는 도톰하게 썰고 호박과 양파를 넣은 뒤 두부까지 넉넉하게 넣습니다. 된장을 풀어 구수하게 끓이기도 하고 고춧가루를 넣어 칼칼한 찌개로 만들기도 합니다.

     

    보글보글 끓는 찌개를 식탁 한가운데 놓으면 조금 전까지 “더워서 밥맛이 없다”고 하던 사람도 밥그릇을 당겨 앉습니다.

    여름에는 무조건 찬 음식만 찾을 것 같지만 오히려 뜨끈하고 칼칼한 찌개가 입맛을 되찾아줄 때도 많습니다.

     

    오이무침 한 접시와 감자·호박·두부찌개 한 냄비 !

    화려하지 않지만 우리 집에서는 이 정도만 있어도 제법 훌륭한 여름 밥상이 됩니다.

    여름 찌개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은 감자와 호박여름 찌개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은 감자와 호박
    여름 찌개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은  감자와 호박

    비가 오는 날이면 매운탕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우리 집 여름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민물매운탕입니다.

    며칠 전 생활축구 회원들과 다녀온 시흥 도창동 예당매운탕도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밖을 보니 하늘은 흐리고 빗방울까지 조금씩 떨어졌습니다.

    그런 날에는 이상하게 얼큰한 국물이 생각납니다.

     

    커다란 냄비에서 민물고기와 채소가 보글보글 끓고, 국물이 진해지기를 기다렸다 한 숟가락 떠먹는 맛 

    마지막에는 수제비와 국수사리까지 넣어 먹었습니다.

     

    지난 맛집 글을 작성하면서도 느꼈지만 날씨와 음식에는 분명 궁합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비 오는 여름날의 민물매운탕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여름 음식입니다.

    여름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민물매운탕
    여름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민물매운탕

    직접 끓여 먹는 추어탕도 여름 별미입니다

    추어탕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밖에서 잘 끓인 추어탕 한 그릇을 사 먹는 것도 좋지만 가끔 집에서 직접 끓여보면 그 과정 자체가 음식 이야기가 됩니다.

     

    미꾸라지를 손질하고 푹 삶은 뒤 살을 걸러 국물을 만들고, 여기에 시래기나 우거지 등을 넣어 푹 끓입니다.

    마지막에 들깨가루나 산초 등을 취향에 맞게 곁들이면 진하고 구수한 한 그릇이 됩니다.

     

    물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전문점에서 편하게 먹는 일이 더 많아졌지만  직접 끓였을 때의 맛과 기억은 또 다릅니다.

     

    삼계탕, 민물매운탕, 추어탕처럼 뜨거운 음식을 여름에 먹는 것을 보면 재미있기도 합니다.

    밖은 더운데 뜨거운 국물을 먹으며 또 땀을 흘립니다.

     

    그런데 먹고 나면 이상하게 속이 개운하고 든든합니다.

    예부터 '이열치열'이라는 말을 괜히 사용한 것은 아닌가 봅니다.

    미꾸라지를 손질직접 끓여 먹는 추어탕도 여름 별미
    미꾸라지를 손질 직접 끓여 먹는 추어탕도 여름 별미

    입맛이 없을수록 거창한 음식보다 제철 반찬이 먼저였습니다

    이렇게 한 계절의 밥상을 돌아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보입니다.

    입맛이 없다고 특별한 음식을 계속 찾아다닌 것은 아니었습니다.

     

    봄에는 상추 한 장이었고  초여름에는 오이무침 한 접시였습니다.

    한여름에는 잘 익은 오이지와 노각무침이 있었고  감자와 호박을 넣은 찌개가 있었습니다.

     

    몸이 지칠 때쯤 삼계탕 한 그릇을 먹었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매운탕이나 추어탕 같은 뜨거운 국물을 찾았습니다.

    결국 우리 집에서 여름 입맛을 되찾은 방법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가장 맛있는 제철 재료를 밥상에 올리는 것 

    그리고 가끔은 가족이나 좋은 사람들과 밖으로 나가 맛있는 한 끼를 함께하는 것이었습니다.

    입맛이 없을수록 거창한 음식보다 제철 반찬이 먼저입맛이 없을수록 거창한 음식보다 제철 반찬이 먼저
    입맛이 없을수록 거창한 음식보다 제철 반찬이 먼저

    우리 집 여름 밥상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시기 밥상에 자주 오르는 음식 우리 집에서 즐기는 방법
    봄~초여름 상추 쌈장·고추·마늘, 그리고 자연스럽게 삼겹살
    초여름 오이 새콤한 오이무침
    본격적인 여름 오이지 시원하고 짭조름하게 무쳐 먹기
    한여름~늦여름 노각 씨를 제거해 새콤매콤하게 무침
    여름 내내 감자·호박·두부 구수하거나 칼칼한 찌개
    초·중·말복 삼계탕 집에서 푹 끓이거나 외식
    복날·모임 흑염소 요리 지인들과 외식 메뉴로
    흐리고 비 오는 날 민물매운탕 수제비·국수사리까지
    기운 없는 날 추어탕 직접 끓이거나 전문점에서 한 그릇

    여름 밥상에서 찾은 작은 답

    젊을 때는 여름이면 그저 더운 계절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텃밭을 보고 밥상을 바라보다 보니 여름에도 나름의 순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상추가 올라오면 봄이 깊어진 것을 알고, 오이가 밥상에 자주 등장하면 초여름을 느낍니다.

    오이지 항아리와 노각을 만나면 여름이 한복판에 들어섰음을 알게 되고, 복날 삼계탕을 먹다 보면 어느새 말복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아침저녁 바람이 달라지겠지요.

    결국 계절은 달력보다 밥상에서 먼저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여름에도 특별한 비법은 없었습니다.  텃밭에서 난 채소를 먹고, 제철 오이를 무치고, 감자와 호박으로 찌개를 끓이고, 가끔 좋은 사람들과 뜨거운 매운탕 한 냄비를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무더운 여름을 이렇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입맛 없는 여름, 우리 집 밥상을 바꾼 것은 특별한 음식 한 가지가 아니라 계절을 따라 하나씩 달라지는 평범한 집밥이었습니다.

    텃밭을 보고 밥상을 바라보다 보니 여름에도 나름의 순서가 있다는 것특별한 음식 한 가지가 아니라 계절을 따라 하나씩 달라지는 평범한 집밥
    특별한 음식 한 가지가 아니라 계절을 따라 하나씩 달라지는 평범한 집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