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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소식에 다시 내려간 당진, 들깨 절반을 밭에 남겨두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10월 16일, 처남이 떠난 뒤 남겨진 가을걷이 이야기를 블로그에 기록했습니다.
충남 당진 합덕의 논과 밭에서 들깨를 베고, 고구마를 캐고, 마을의 도움을 받아 벼를 수확했던 이야기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큰일 하나는 마무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농사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베어 놓은 들깨는 잘 말려야 하고, 수확한 벼도 건조해야 합니다. 수확이 끝났다고 곡식이 저절로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비가 온다는 예보까지 들려왔습니다.
서울에 앉아 있으면서도 마음은 자꾸 당진 들깨밭과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결국 지난 10월 18일 일요일, 새벽부터 서둘러 다시 당진 합덕으로 내려갔습니다.

1. 비 예보에 새벽부터 당진으로 향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터라 농사일에 마음껏 시간을 낼 수는 없습니다.
주중에는 서울에서 맡은 일을 해야 하고, 당진 농사일은 쉬는 날이나 짬이 나는 시간을 이용해 챙겨야 합니다.
그런데 하필 들깨를 베어 놓은 뒤 비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난 14일, 밭에서 들깨를 베어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눕혀 놓았습니다.
줄기가 마르고 들깨가 충분히 건조되기를 기다리던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비를 맞으면 다시 말려야 하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 곰팡이나 품질 저하도 걱정해야 합니다.
'그냥 두어도 괜찮을까?'
'비닐하우스에라도 옮겨 놓아야 하지 않을까?'
서울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아도 결국 현장에 가서 살펴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요일 새벽, 다시 당진으로 향했습니다.

2. 먼저 비닐하우스 안의 벼부터 살폈습니다
당진에 도착해 가장 먼저 걱정된 것은 비닐하우스에 펼쳐 놓은 벼였습니다.
논에서 수확한 벼를 건조하기 위해 하우스 안에 넓게 펼쳐 놓았는데, 비가 들이치면 곤란한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닐하우스라고 해서 모두 완벽하게 비를 막아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래된 하우스의 양쪽 출입구는 제대로 막혀 있지 않았고, 바람을 동반한 비가 오면 안쪽까지 빗물이 들어올까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비닐과 자재를 이용해 양쪽 입구를 막았습니다.
모양이 반듯하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덧대고 묶어 놓으니 그야말로 너덜너덜한 임시방편이었습니다.
그래도 당장 비를 피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조치는 해 놓아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습니다.
농사를 오래 지어 온 사람이라면 더 좋은 방법을 알겠지만, 저는 지금 눈앞에 닥친 일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중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3. 베어 놓은 들깨를 비닐하우스로 옮겼습니다
다음은 밭에 누워 있는 들깨였습니다.
지난번 낫으로 베어 놓은 들깨 줄기들이 밭고랑을 따라 길게 놓여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그 모습을 보며 '이제 잘 마르기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비 소식을 듣고 다시 보니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하늘은 흐리고,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였습니다.
서둘러 들깨 줄기를 모아 묶음으로 만들고, 하나씩 비닐하우스로 옮겼습니다.
밭에서 들깨를 베는 일도 힘들었지만, 이미 베어 놓은 들깨줄기를 다시 들어 나르는 일 역시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허리를 굽혀 들깨를 모으고, 두 팔로 안아 옮기고, 하우스 안에 다시 세워 놓았습니다.
그 일을 반복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비를 맞히지 않을 들깨가 하나둘 늘어나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4. 두 동의 비닐하우스가 가득 찼지만, 절반은 남았습니다
문제는 공간이었습니다.
비닐하우스 두 동에 들깨를 옮겨 놓았지만, 결국 더 이상 넣을 자리가 없었습니다.
밭에 베어 놓은 들깨 가운데 절반 정도만 옮길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어쩔 수 없이 밭에 그대로 남겨 두어야 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의 들깨를 보면서는 조금 안심이 되었지만, 다시 밭으로 나와 남아 있는 들깨를 바라보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한쪽은 비를 피했고, 다른 한쪽은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공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날씨가 다시 좋아지면 잘 마르겠지.'
그렇게 스스로 위로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의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5. 서울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들깨밭에 있습니다
급한 작업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해야 할 직장 일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몸은 서울에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당진에 남아 있는 듯했습니다.
날씨가 맑아지면 들깨가 다시 마를 텐데, 흐린 날이 계속 이어지니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늘부터 살펴보게 되고, 비 소식이 들리면 당진의 밭이 먼저 떠오릅니다.
예전에는 비가 오면 우산을 챙기거나 외출 일정을 조정하면 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가을에는 비 한 번에도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내가 직접 베어 놓은 들깨가 밭에 누워 있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짓는 분들이 왜 그렇게 날씨를 살피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수확은 사람의 손으로 하지만, 마지막까지 날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 들깨 털기도 남아 있고, 밭에 남겨 놓은 들깨도 다시 살펴야 합니다.
짬이 나는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이 이렇게 길게 느껴질 줄은 몰랐습니다.


6. 그래도 대봉감은 주렁주렁, 가을이 작은 위로를 주었습니다
걱정만 가득했던 하루에도 반가운 풍경 하나가 있었습니다.
밭 주변에 심어 놓은 대봉감나무였습니다.
고개를 들어 나무를 바라보니 주황빛 감들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었습니다.
올해는 대봉감이 유난히 많이 열린 듯했습니다.
들깨 때문에 마음을 졸이다가 탐스럽게 익어 가는 감을 보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농사는 참 묘합니다.
어떤 작물은 날씨 때문에 애를 태우고, 또 어떤 열매는 기대 이상으로 풍성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이번에는 감 수확이 풍작일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올겨울에는 감을 실컷 먹을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 무거웠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사진 속 주황빛 대봉감과 이미 붉게 말라 있는 대추를 바라보며, 가을이 힘든 일만 안겨 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걱정스러운 일이 있어도 한쪽에서는 계절이 자기 몫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7. 60대에 다시 배우는 가을걷이의 의미
처남이 살아 있을 때는 농사일이 이렇게 많은 손길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봄에 심고, 여름에 가꾸고, 가을에 거두는 일!
말로는 간단하지만 그 사이에는 수없이 많은 걱정과 기다림이 있었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그 과정을 조금씩 직접 겪고 있습니다.
들깨를 베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비가 오면 비를 걱정해야 하고, 곡식을 옮겨 놓으면 잘 마르는지 살펴야 합니다.
서울에서 일을 하면서 당진의 농사까지 챙기려니 마음처럼 되지 않는 순간도 많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 나가려고 합니다.
다 하지 못한 일은 다음 시간을 기다리고, 날씨가 좋아지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가을걷이는 단순히 곡식을 거두는 일이 아닙니다.
처남이 남겨 놓은 농사와 시간을 가족들이 조금씩 이어받아 마무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힘들고 걱정스러운 순간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삶의 한 장면이 됩니다.
들깨밭에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주렁주렁 열린 대봉감을 보며, 걱정 속에서도 작은 기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올가을은 그렇게 조금씩 깊어지고 있습니다.

♣ 라이프 튜너 이쌈바의 한 줄 기록
오늘도 직접 살아보고 기록했습니다.
60대의 하루를 직접 살아가며 느낀 작은 변화들을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겠습니다.
라이프 튜너 이쌈바는 건강, 생활, 여행, 그리고 사람과 함께하는 소중한 일상을 한 편 한 편 진심을 담아 기록해 가겠습니다.
♣ 오늘의 한 줄
“비를 피하지 못한 들깨는 마음에 남았지만, 주렁주렁 열린 대봉감은 걱정 많은 가을에 작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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