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가을 라이프 아카이브 ② 가을 아침 걷기가 좋아지는 이유, 출근길 숲길에서 느낀 변화
퇴직 후 다시 시작한 제2의 인생 매일 아침 출근길을 산자락 데크길로 걷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선선한 가을이 찾아오자 똑 같은 길인데도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60대의 평범한 출근길에서 발견한 걷기의 즐거움과 가을의 변화를 직접 걸으며 기록했습니다.
같은 출근길 인데 오늘은 발걸음부터 달랐습니다
긴 추석 연휴가 끝났습니다.
며칠 동안 잠시 멈추었던 일상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고 7시쯤 집을 나섭니다.
제가 살고 있는 신림동 아파트를 나와 평소 다니던 길로 들어섰습니다.
수없이 걸었던 똑같은 출근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발끝부터 가볍습니다.
하늘은 높아 보이고 아침 공기는 선선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관문을 나서 조금만 걸으면 이마에 땀이 맺혔습니다.
출근길 절반도 가지 않았는데 손으로 땀을 닦곤 했지요.
그런데 이제는 절반 가까이 걸었는데도 이마가 보송합니다.
“아, 정말 가을이 왔구나.”
지난 1편(https://essamba329.tistory.com/302)에서는 아침저녁 바람이 달라지면서 가을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그 달라진 바람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봅니다.

내 출근길은 조금 특별합니다
제가 다니는 출근길은 번화한 큰길만 따라가는 길이 아닙니다.
평소 산행하듯 걸었던 산자락을 끼고 이어지는 길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걷기 편하도록 데크길도 잘 만들어 놓았습니다.
한쪽에는 숲이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도로와 주택가가 이어집니다.
조금 걸으면 나무가 머리 위를 덮어주고 발밑에는 어느새 떨어진 낙엽이 하나둘 보입니다.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더욱 실감납니다.
아직 온 산이 울긋불긋 물든 것은 아니지만 초록 사이로 가을빛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근하면서도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 나는 지금 출근하는 걸까 아침 산행을 하는 걸까 ? ’
둘 다 맞는 것 같습니다.
직장으로 가고 있으니 출근이지만 제 마음은 아침 산길을 걷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여름에는 같은 길도 달랐습니다
길은 그대로인데 계절이 바뀌면 걷는 사람의 느낌은 참 많이 달라집니다.
올 여름에도 저는 이 길을 걸었습니다.
아침이라고 해서 시원하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나와 얼마 지나지 않아 등에 땀이 차고 이마에도 땀이 맺혔습니다.
햇볕이 강한 날이면 그늘을 찾아 걷게 되고 물도 더 자주 마셨습니다.
그래도 걷기를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지난여름 아카이브를 쓰면서 제가 계속 되뇌었던 말이 있습니다.
“무리하지 않되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더운 여름을 지나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오르막도 조금 덜 힘들게 느껴집니다.
시원한 공기가 얼굴을 스쳐 지나가고 걸음을 옮길수록 오히려 기분이 좋아집니다.
땀이 덜 나니 몸이 편하고 몸이 편하니 자연스럽게 주변도 더 많이 보입니다.
길가의 나무도 보고,
파란 하늘도 한번 올려다보고,
발밑에 떨어진 낙엽도 봅니다.
여름에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걸었다면 가을에는 걷는 길 자체를 즐기게 됩니다.


매일 걷는 길에서 작은 계절을 만납니다
조금 더 걸으면 다시 산자락과 가까워집니다.
사진 속 이정표에는 민방위교육장과 학교 아파트와 어린이공원으로 이어지는 방향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동네 길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매일 이 길을 걷는 저에게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발견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봄이면 연둣빛 새잎이 올라오고
여름이면 나무 그늘이 고맙고
가을이면 낙엽이 하나둘 길 위에 내려앉습니다.
조금 있으면 이 길도 노랗고 붉게 물들겠지요.
그때는 오늘 찍은 사진과 다시 한번 비교해 보고 싶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사진 한 장을 남겨두는 것도 계절을 기록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약수터 앞에서는 잠깐 속도를 늦춥니다
길을 걷다 보면 약수터도 만납니다.
사진 속에는 "물은 생명입니다. 물을 아껴 씁시다.” 라는 글귀가 보입니다.
늘 지나던 곳인데 가을 아침에는 이런 평범한 풍경도 눈에 들어옵니다.
60대 후반이 되고 나서 걷는 방법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빨리 걷고 많이 걷는 것이 운동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몸이 가벼운 날에는 조금 더 걷고 힘든 날에는 속도를 늦춥니다.
오르막에서는 호흡을 살피고 내리막에서는 발을 조심합니다.
매일 걸어야 할 길이라면 하루 많이 걷는 것보다 내일도 다시 걸을 수 있게 걷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산행에서도 배웠던 것이 결국 일상의 걷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퇴직 후 제2의 인생, 이런 출근 길을 얻었습니다
직장을 퇴직하고 나면 출근이라는 말과 멀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2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시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고 집을 나서 어딘가로 향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출근과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지금은 아침마다 산자락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갔다면 보지 못했을 나무와 하늘을 보고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걸어갑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큰 복을 받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이 대단해서가 아닙니다.
아침에 일어날 일이 있고,
걸어서 갈 곳이 있고,
그 길에 나무와 숲이 있고,
내 두 발로 걸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 데크길을 걷고 있는 제 모습을 보니 그 생각이 더욱 듭니다.

출근은 작은 등산, 퇴근은 작은 하산
재미 있는 것은 퇴근길입니다.
아침에 산자락을 따라 올라왔다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마치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기분입니다.
아침에는 하루를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올라가고,
퇴근할 때는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는 생각으로 사뿐사뿐 내려갑니다.
집으로 가까워질수록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출근은 작은 등산이고, 퇴근은 작은 하산 !
이것이 매일 반복되는 저의 일상입니다.
특별한 여행도 아니고 이름난 둘레길을 찾아간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을 조금 바꾸니 출퇴근이 단순히 직장과 집을 오가는 시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하루 두 번 만나는 나만의 걷기 시간이 되었습니다.




걷기 좋은 계절이라고 욕심내지는 않습니다
가을은 분명 걷기 좋은 계절입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바람도 선선합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보다 더 걷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하지만 60대의 걷기는 숫자 경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몇 보를 걸었는지보다,
오늘 걸은 뒤 내 몸이 어떤지가 더 중요합니다.
무릎이나 발목이 불편하지 않은지,
숨이 너무 차지는 않았는지,
다음 날 다시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그래서 저는 만 보라는 숫자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걷기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걷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출근하면서 걷고,
생활하면서 걷고,
퇴근하면서 다시 걷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이는 걸음이면 충분합니다.
같은 길을 걸어도 계절이 바뀌면 삶도 조금 달라집니다
오늘 아침에도 늘 걷던 길을 걸었습니다.
도로도 그대로이고 데크길도 그대로입니다.
나무도 어제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제 느낌은 달랐습니다.
무더웠던 여름에는 땀을 닦으며 걸었던 길을 이제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걷습니다.
발걸음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그래서 요즘 출근길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행복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꼭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만 느끼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매일 걷는 길이 좋고 오늘도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면 그것도 충분한 행복 아닐까요.
가을이 더 깊어지면 이 길의 모습도 또 달라질 것입니다.
초록이 조금씩 노랗게 변하고 데크 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낙엽이 쌓이겠지요.
그 변화도 계속 기록해 보겠습니다.
60대 가을 라이프 아카이브의 두 번째 이야기는 그렇게 매일 걷는 저의 출근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 라이프 튜너 이쌈바의 한 줄 기록
오늘도 직접 살아보고 기록했습니다.
60대의 하루를 직접 살아가며 느낀 작은 변화들을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겠습니다.
라이프 튜너 이쌈바는 건강, 생활, 여행, 그리고 사람과 함께하는 소중한 일상을 한 편 한 편 진심을 담아 기록해 가겠습니다.
♧ 오늘의 한 줄
출근은 작은 등산이고 퇴근은 작은 하산입니다.
매일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도 제2의 인생에서 만난 작은 복입니다.
